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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으면 해외여행 포상"... 싱가포르의 '백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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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으면 해외여행 포상"... 싱가포르의 '백신 딜레마'

입력
2020.12.30 14:00
수정
2020.12.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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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오늘 화이자 백신 첫 접종 시작
의료진부터 개시, 백신 우려... 접종 기피도 상당
일부 기업, 직원들 접종 독려 인센티브까지

30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싱가포르에서 한 간호사가 백신을 맞고 있다. 채널뉴스아시아 캡처

30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싱가포르에서 한 간호사가 백신을 맞고 있다. 채널뉴스아시아 캡처

싱가포르의 한 인테리어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직원들에게 포상으로 해외 여행을 고려하고 있다. 업체 대표는 "고객인 집주인과 자주 만나야 하는 업무 특성상 우리 직원들이 백신을 맞으면 고객들이 더 편하고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까지 해외 여행 포상은 최고 실적을 달성한 직원에게만 수여했다"고 덧붙였다.

전 국민 무료 접종을 선포하고 21일 아시아에서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들여온 싱가포르가 '백신 딜레마'에 빠졌다. 당장 30일 의료계 종사자부터 접종이 시작됐지만 정작 맞겠다는 국민은 절반 정도이기 때문이다. 방역 성공, 백신 부작용 우려, 가짜뉴스 전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양상이다.

21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화이자 백신.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21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화이자 백신.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우선 일부 기업은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했다. 회사가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는 없으니 포상, 휴가, 업무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거는 식이다. 싱가포르경영자단체는 경영진이 먼저 백신 접종을 해 모범을 보이는 모습을 촬영해 직원들에게 알리는 방법도 제시했다. 고용주들은 "비즈니스 최전선에 있는 직장인들이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 효과가 뛰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기업들의 움직임은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이다. 실제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최근 99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약 55%만 '접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34%는 '미정', 11%는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절반 가까이가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셈이다. '우선 접종'을 거부한 의료진도 있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14일 담화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현지 방송 캡처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14일 담화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현지 방송 캡처

무엇보다 570만 인구의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방역 성공 덕에 백신 수요가 적다. 21일(1명), 28일(1명)을 제외하면 이달 8일부터 지역감염이 '0'이다. 감염자 5만4,000여명으로 4월 싱가포르 방역 실패와 백신 우선 확보의 원인이 됐던 외국인 노동자 확진자 수도 같은 기간 2명에 그쳤다. 현재 20명 안팎의 일일 감염은 모두 해외 유입이다. 3차 확산세가 거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방역 관리가 잘 되고 있어 굳이 백신을 접종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조차 "감염 사례 및 감염 위험이 적어 백신 접종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백신 불안감도 더했다. 개발과 승인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장기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불확실성보다 눈에 보이는 '방역 성공'에 사람들이 더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설문은 백신을 맞으면 DNA가 변형된다는 가짜뉴스를 믿는 비율이 응답자의 25%를 차지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14일 '코로나 담화'에서 "백신 접종 여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예방 접종은 자신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가능하면 백신 접종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백신의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본인과 정부 관료들이 먼저 접종할 뜻도 밝혔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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