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보와 오보 사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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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2 07:35  |  수정 2020-12-23 09:08  |  발행일 2020-12-22 제15면

이원호
이원호〈상화기념관 이장가문화관장〉

최근 '주초위왕(走肖爲王) 사건'이 역사 속 가짜뉴스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꿀로 나뭇잎에 '조(走肖)씨가 왕이 된다'는 네 글자를 써 벌레가 갉아먹게 한 후 왕이 이것을 보고 조광조를 죽게 했던 사건이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사회갈등 원인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가 미국에서도 코로나와 대선 과정에서 극에 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20년을 "A Year of Misinformation and Disinformation"이라고 표현했다. 사전적으로 misinformation은 '비의도적으로 틀린 정보'로, disinformation은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의도성으로 틀리거나 오해를 하게 하는 정보'라고 정의된다.

가짜뉴스는 10년 전만 해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니었다. 일부 언론에 나오는 정보가 틀려도 다른 정보는 신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관적 정보 전달자를 넘어 당사자로 행동하려는 경향을 계속 보이면서 언론은 스스로 신뢰도를 갉아먹었다. 특히 전통적인 언론에 비해 사이비 언론은 그런 보도 윤리조차 찾아볼 수 없어 시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이렇게 보면 가짜뉴스의 문제는 사회 신뢰 시스템을 붕괴하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신뢰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런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해 포털 등 여러 플랫폼에서 운영자에게 책임을 부과한다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린 언론에 징벌적인 손해배상이나 벌금을 부과하자는 사회적인 움직임이 있다.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물론 이런 제재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지라 논의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시스템적 논의와는 별개로 개인도 스스로 가짜 정보를 식별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대한민국 성인 독서량은 1년에 7.5권이다. 한 달에 한 권도 안 되는 양에 그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라 절대적인 독서량도 문제지만 '지식 편식'이 더 큰 문제다. 사람은 아무래도 자기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접하고 싶기 마련인데, 문학 작품을 읽는 게 아니라면 좀 더 번거로운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같은 책을 100권 읽는 것은 책 한 권을 읽는 것과 같다. 읽기 싫은 책을 한 권 더 읽었을 때 비로소 두 권의 책을 읽는 것이다"라고 하는 방법론은 가짜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미 있는 공부법이라고 생각된다.


 이원호〈상화기념관 이장가문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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