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고정연료비 적용 방식의 전기요금을 원가연계형 요금제로 바꾸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은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확산된 제도로 지금은 가장 보편적인 에너지 수요관리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상위 30개국 중 산유국을 제외하면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정도다.
그런데 야당과 보수언론 등은 “탈원전 고지서”라는 이름까지 붙이며 격렬히 반대한다.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분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건데, 모두 가짜뉴스다.
첫째, 원가연계형 요금은 원전이 아니라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와 연동된다. 혹자는 원전 비중이 줄어드니 석탄·가스 발전이 늘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전 비중이 줄어든 적 없다. 외려 신고리 5, 6호기가 완공되는 2023~2024년 원전 비중은 정점에 이른다. 그 주장대로라면 수년간의 전기요금 적자를 설명할 길 없다.
둘째, 전기요금 급증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당분간은 저유가로 국민의 요금 부담은 낮아진다. 또 몇 년 안에 재생에너지와 석탄발전의 경제성이 역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정형 전기요금이 유지되면 국민들은 외려 손해를 본다.
셋째, 미세먼지·온실가스 비용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현 체계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국내 에너지요금에 기후환경비용을 사전에 반영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세금(탄소세)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야당과 언론들의 이율배반적인 태도 역시 짚고 넘어가자. 원가연계형 요금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했던 제도다.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던 야당과 언론들이 지금은 공포심까지 조성하면서 정치공세를 펼친다. 올여름 지구촌은 이상고온, 산불, 폭우 등으로 기후위기의 파괴력을 실감했다. 우리 세대가 탄소 문명을 넘어 탈탄소 녹색문명을 열어야 할 의무와 절박함 위에 서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정치공세로 덮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