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새해, 절박한 소망 하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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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8   |  발행일 2020-12-28 제26면   |  수정 2020-12-28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탓
초등 1학년생부터 노인까지
계획의 대부분 망가진 한 해
2021새해엔 코로나 환란서
온 세상이 해방되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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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 대구대 교수

2020년. 참 힘든 한 해였습니다. 시작할 때는 계획도 많았지만 대부분 망가졌습니다. 3월 초, 2주 예정으로 시작한 온라인 수업은 1년 내내 이어졌습니다. 교수도 학생도 모두 힘들었습니다. 특히 1학년 신입생들은 딱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캠퍼스 생활과 대학 낭만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지난 2월과 8월에 졸업한 학생들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신규채용도 모두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환란 한가운데 내던져진 꼴이었습니다.

대학만이 아니었습니다. 부모 품을 떠나 학교생활을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부터 불편한 환경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한 고3 학생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힘든 2020년이었습니다. 영세 상인들의 고통도 말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폐업이 속출했고, 당장 생계가 걱정인 가정이 수두룩합니다. 노인들의 불안도 심각합니다. 특히 요양원의 노인들은 가족과의 만남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끝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177만명을 육박하는데, 하루 신규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지난 2~3월의 대구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텅빈 동성로가 기억에 생생합니다. 대구 사람이라는 이유로 비즈니스도 회의도 거부됐습니다. 위험과 불안에 더해 심한 고립감까지 견뎌야 했습니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이겨냈습니다.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도 개발했습니다. 그것들은 K-방역의 동력이 됐습니다. 그 뒤 찾아온 몇 차례 고비들도 잘 넘겼습니다. 연말에 다시 불안한 상황을 맞고 있지만 이겨낼 것입니다. 대구경북 시도민이 한번 더 대한민국을 구해야 할 때라는 생각입니다.

이제는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삶을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더이상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것입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되어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난다 해도 우리는 늘 또다른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일상이 된 것입니다.

일차적으로 과학자와 의료진의 역할이 크겠지만, 우리는 지금까지의 싸움에서 최소한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방역 당국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신뢰도는 두 가지에서 나옵니다. 하나는 정치적 계산 없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입니다. 다른 하나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비상 상황에서 국민이 당국을 믿고 따르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불신을 부채질하는 일부 언론의 가짜뉴스와 일부 정치권의 정략적인 공세는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당국과 국민, 정치권과 언론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는 시민의식입니다. 자신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불편을 감내하는 것은 팬데믹 시대의 중요한 시민 덕목입니다. 생계 위험에 빠진 이웃을 위해 나누는 것은 나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섬세한 재난 대책에 더해 착한 임대료 운동과 같은 성숙한 시민운동이 중요합니다.

곧 2021 새해입니다. 새해에는 코로나19의 환란으로부터 온 세상이 해방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야 멈춰선 일상과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구와 경북이 한번 더 K-방역의 성공을 이끌고 나라를 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새해를 기다리며 품게 되는 절박한 소망입니다.
홍덕률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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