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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가지’ 악몽에 ‘이라크 美대사관 공격’ 강경 대응 나선 트럼프

31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미국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에 진입, 기물을 부수고 불을 지르고 있다./바그다드=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티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미국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공격한 사태가 ‘제2의 뱅가지 사태’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벵가지 사태는 2012년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무장 시위대가 ‘무슬림 모독’을 이유로 미국 영사관을 공격,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와 직원 3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이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참사’로 기록되며 지난 대선 때는 벵가지 사태 당시 국무부 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었다.

대선 후보 시절 벵가지 사태를 클린턴 전 장관 공격 소재로 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미 대사관 공격 사태가 자칫 재선가도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사건을 전면에 내세워 클린턴 전 장관을 향해 “대통령이 되면 안 될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반(反) 벵가지’를 선언하며 대사관 내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던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응과 차별화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라크 미국 대사관은 몇시간 째 안전한 상황”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군 장비를 갖춘 우리의 많은 전사가 즉시 현장에 급파됐다”며 이라크 총리 및 대통령에 대해서도 미국 측 요청에 따른 신속한 대응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이란은 우리의 시설들에서 발생한 인명 손실 또는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그들은 매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협박이다. 행복한 새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반(反) 벵가지!”라고 적었다.

벵가지 사태 때와 달리 자국민 보호에 성공했다는 점을 내세워 전임 민주당 행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트윗을 통해서도 “이란은 미국 민간인을 죽였다. 우리는 강력하게 대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며 이란 배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정부를 향해서도 “미 대사관을 지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길 바란다”라고 압박을 가했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골프장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트윗을 통해 ‘가짜 뉴스’라며 “나는 오늘 골프를 치지 않았다. 이라크 미 대사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여러 장소에서 회의를 가졌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미 대사관 공격’ 사건이 벌어진 뒤 워싱턴DC의 집무실에서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 및 바흐람 살리 이라크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고 자국민을 지키고 방어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이와 함께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해병대 병력이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으로 추가 배치되고 있다면서 이라크 정부에 미국인 보호 지원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미 국방 당국자는 100명의 해병대가 안보 강화 차원에서 급파됐다고 말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벵가지 사태의 기억이 행정부 너머로 어른거리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 있는 진영 내 강경파 인사들로부터 압박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대사관 직원들의 안전 문제는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으로선 걱정스러운 현안이라고 NYT는 전했다.

하원의원 시절 공화당이 주도한 하원 벵가지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클린턴 저격수’로 활약,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는 본인이 주무장관으로서 대사관 공격 사태로 대응을 놓고 시험대에 서게 되는 아이러니가 연출된 셈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번 사건과 관련,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벵가지 스타일의 참사에 대한 분명한 망령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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