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새해에는 실버 버튼을 받고 싶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자영 영상콘텐츠팀장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 언론 매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일보〉 역시 기존 지면 뉴스를 넘은 영상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문자 텍스트보다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독자로 끌어들이려면 영상을 포기할 수 없는 시대다. 종이신문을 넘기는 손맛에 익숙한 기존 독자도 소중하지만, 글 읽는 건 딱 질색인 미래 독자도 끌어안을 묘안이 필요하다.

여행지·맛집 찾기도 유튜브 검색이 대세

영상 익숙한 학생들 읽기 능력은 하락세

신문사도 영상 강화, 피할 수 없는 과제

‘구독’과 ‘좋아요’ 이끌 콘텐츠 뭘까 고민

교육부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6~11위(OECD는 오차를 고려해 순위를 범위로 발표하고 있다)다. 2006년 조사 때 1위를 차지한 뒤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책과 같은 문자 텍스트보다 유튜브 같은 영상 콘텐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맛집이나 가볼 만한 여행지를 찾는 방식만 봐도 세대 차이가 확실하게 난다.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나 뉴스를 검색한다면, 당신은 최소 40대 이상일 거다.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나 유튜브를 검색한다.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유튜브로 여행지와 맛집을 검색하는 동생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문자 텍스트에 익숙한 나로서는 정말 생경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동영상으로 뭘 어떻게 검색한다는 걸까. 문자 텍스트야 원하는 부분만 빠르게 발췌해 읽을 수 있지만, 동영상도 그게 가능할까.

신문사에서 15년 이상 지면 기사를 생산하며 활자에만 매달려온 구닥다리 기자가 어찌 알겠는가. 유튜브로 외국어와 운동을 비롯한 생활의 모든 지식을 습득하는 영상 세대만의 탁월한 정보 검색법을. 옛날 ‘연알못(연애를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이 연애를 글로 배웠다면, 아마 요즘 연알못은 연애도 유튜브로 배우고 있을 거다.

오랫동안 ‘문자성애자’로 살아온 기자가 최근 인사이동에서 ‘영상콘텐츠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할 때도 영상은 시끄럽다며 기피해 왔는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유튜브 스타 ‘펭수’의 유행어 ‘오마이갓김치’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막상 유튜브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이건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이다. 어떤 날은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은 1인 미디어와 달리 의미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린다. 또 어떤 날은 이왕 하는 유튜브 채널인데 조회수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며 ‘대박의 꿈’을 꾸기도 한다.

특히 인기 많은 영상들의 특징 중 하나가 ‘맥락 없음’이라는 말을 듣고,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야마(기사의 주제를 일컫는 언론계 은어)’를 핵심 가치로 훈련 받아온 기자들이 과연 유튜브에서 먹히는 영상이란 걸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우리에겐 펭수처럼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없고, 장성규처럼 선을 넘나드는 멘트를 마구 날려줄 스타 출연진도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일부 유튜버나 언론처럼 진영 논리에 기댄 편파적인 콘텐츠로 승부를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돌려 생각해 보면, 언론사가 제작하는 영상에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게 단순한 재미나 조회수 대박일까. 아닐 거다. 전달 수단이 문자든 영상이든 간에 가짜 뉴스에 지친 이들에게 진실을 전할 의무, 팩트 체크에 기반한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할 책임이 언론사에게는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제작한 영상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은 일반 유튜버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 팀이 올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유튜브 ‘실버 버튼’일 거다. 참고로 실버 버튼은 10만 구독자를 확보해야 받을 수 있다. 지역신문 최다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부산일보〉 유튜브 채널은 지난해 연말 기준 6만 3900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새해 벽두부터 독자 여러분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 아니 구걸하고 싶은 심정이다. 너무 없어 뵌다고? 그럼 이만 눈치 챙기고, ‘펭빠(펭수의 인사말로 ‘펭수 빠이’의 줄임말)’. 2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