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를 타고 영월에 갈 때, 도착하기 직전에 선로가 두 개로 갈라지는 구간이 잠시 보인다.영월읍내로 들어왔음을 암시해주기도 하는 이 신호장의 이름은 '청령포'.청령포역의 이름은 도처의 청령포에서 따왔는데,청령포의정확한 위치는 청령포신호장 서쪽 끝, 철교 너머 보이는터널 뒷쪽이다.지금도 도로 하나 연결되지 않아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오지 중의 오지로서,청령포신호장조차 감히넘볼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다.그런 아픔을 상쇄시키는 청령포역.영월읍내와 마주함에도 크나큰 산들과 계곡에 둘러싸여 화려한 경치를 수놓은 곳.저 멀리 아파트가 보이고 바로 앞엔 대학교까지 있지만,정작 청령포역은 아무도 찾아올 수 없을 것 같은산간벽골의 느낌을 준다.도시 바로 옆에 붙어있는 오지의 역, 청령포역에 방문해 보았다.영월읍의 끄트머리라 할 수 있는 세경대학.읍내의 남서쪽 끝자락에 조그만 대학교가 자리잡고 있는데,대학교 정문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고 그 뒤로 버스종점, 택시종점, 철길이 나란히 놓여있다.영월의 구석구석을 다니는 버스의 종점인지라 교통은 무척 편리하다.세경대학교의 바로 뒷 편에 놓여있는 철길.원래 태백선은 선로 한 가닥이지만, 여기에서부터는 두 가닥으로 갈라진다.영월읍내의 경계선 부근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또 하나의 철길.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놀랍지만 읍내가 끝나고 나서부터 '역'이라는 것이 나온다.명색이 도시의 심장부에 역이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건만,어째 버스 종점과 대학교 너머의 '오지'에 새로운 역이 있는 것일까?사실 눈에도 잘 띄진 않지만 처음 오는 사람들은 상당히 의아해하기 마련이다.주변에 보이는거라곤 병풍처럼 드리운 산과 그 밑을 졸졸 흐르는 계곡 뿐.철길을 가로지르는 교각너머엔아파트까지 보일 정도로꽤나 어수선한데,도로는 커녕 민가조차없는 곳에 왠 '역'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그 해답은 열차와 열차가 서로 빗겨가는 '신호소'에 있다.탄광 산업이 절정을 이루었던 70~80년대, 석탄을 실은 열차들이 수도 없이 태백선을왕래하곤 했었다.그런데 연당, 영월의 거리가 상당히 되어 이들만으론 그 많은열차들을 감당하지 못하였는데,그래서 연당-영월 사이에 청령포란 작은 신호장을 만든 것이다.처음 생겨났을 때에는 역무원까지 근무하실 정도로 꽤나 큰 역이다.하지만 신호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이없었던데다기술이 발달하여 사람 없이도 선로를 관리할 수 있게 되어,언젠가부터는 지키는 사람이 아예 없는 고요한신호장으로 변해버렸다.푸른 빛깔로 새단장을 한 청령포역.전차선 기둥에 역명판이 가려져 있는 모습이 아기자기하다.영월읍에 속해 읍내와 바로 붙어있기는 하지만 도로 하나 없어완전히 고립된 섬과 같은 존재다.정작 자신은 어둠을 뚫고 나온 열차를 밝게 비춰주는 등대이면서도,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자신은 너무나 적막하고 쓸쓸하다.이미 해가 넘어가는 상황에 찾아온 터라,아쉽게도 더 이상의 사진을 담지 못한채 그만 철수해야 했다.신호장의 끝편에 가면 선로가 합쳐지자마자 철교를 통과해 바로 산 속으로 들어가는 장관이 나온다.서강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굽이치며 산을 휘감아도는 아름다운 진풍경도 연출된다.영월읍내 바로 옆에 서서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청령포역.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비운이 왕 단종이삼촌 수양대군에게 쫒겨나 유배생활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한 청령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