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의 풍경소리만큼이나 청아한 녹차밭-보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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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7 21:15
천년고찰의 풍경소리만큼이나 청아한 녹차밭-보성역보성은 대한민국 녹차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다향(茶鄕)의 도시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나름 높은 산자락에도 차밭이 있다. 한참을 달려도 여전히 눈 앞엔 녹차밭이다. 보성이 이렇듯 차의 고장이 된 건 일제 강점기 일본의 차 재배 전문가들이 차 재배의 적지로 보성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보성군은 봄철에는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일교차가 심하고, 흙에 맥반석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토양이라 한다. 평균기온 13도 이상, 강우량이 1400㎜ 이상 되는곳이라야 차를 재배할 수 있는데 보성은 기후, 토양, 지리적 여건이 차 재배에 적합한 곳이다.우리나라에서 차나무를 심은 것은 신라 흥덕왕 3년(828년)으로중국 사신으로 간 김대겸이 당나라문종에게서 차 종자를 받아와 지리산에심게 한것이 시초라고 [삼국사기]에 전해진다.고대 중국인들은 녹차가 신체의 지방을씻어 내준다 하여식후에 녹차를 즐겨 마셨다. 중국의 차역사는 우리의 차 역사보다 훨씬 이전인 기원전 3~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원산지는 중국의 촉나라가 있던 사천성 부근이라고 한다. 현재 중국의 녹차 종류가 천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죽을 때까지 절대 하지 못하고 죽는 것 중의 하나가모든 차를 다 마셔보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 당나라에 간 승려가 차 씨앗을 가져와 심으면서 차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차문화가 일본보다 덜 발달된 데에는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중시했던 조선의 역사 때문이었다.차는 잠을 쫓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하여 수도하는 스님이 많이마시므로 사원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불교를 권장했던 고려시대에차문화가 발달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도 차문화의 명맥을 이어나간 학자가 있다. 그가 바로 정약용이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정약용은 호가 다산(茶山)이다. 다산은 그가 유배를 갔던 강진 만덕산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정약용은 유배 7년째인 1808년에 먼 친척에게 빌린 다산초당에 차도구들을 갖추고 자신만의 차문화를 발전시켰다. 다산이란 호도 그 이유에서 지어진 것이다. 인생의 암흑기에 다산은 차를 마시는 게 아닌 차를 즐기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돌파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던 것이다.보성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리는 곳이 대한다원이다. 우리가 어디서든 흔히 봤던 차밭의 사진이나 영상은 대부분 대한다원의 차밭풍경이다. 이번엔 대한다원의 제2농원으로 갔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한다원은제1농원이고 국내유일의 차 관광농원이다. 제1농원이 해발350m에 위치하며 입장료를 받는데 반해 제2농원은 평지에 위치해 있고 입장료가 없는 차밭이다. 대한다원 제2농원에 도착한 시간은 한낮이었다. 태양이 뜨거웠다. 검은 차광막을 드넓은 차밭에 씌우는 특이한 풍경도 보인다. 차광막을 씌우면 더 좋은 품질의 차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5월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허리를 굽혀 일한 농부의 수고로움이 있기에 은은한 녹차의 향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사람들이 드넓은 녹차밭에 열광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녹차밭은 보기만 해도 그동안 세상사에 찌들어 피로한 두 눈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녹차밭 사이를 걸으면서 들리는 찻잎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는 천년고찰의 풍경소리만큼이나 청아하다. 아침이면 더 좋다, 녹차밭을 오르는건. 좋은 작물을 수확하는농부나 가꿔진 땅을 보는 여행자 모두 부지런해야만 좋은 걸 보거나 얻을 수 있다. 이른 아침이슬을 머금은 찻잎의 등급이 상이고 한낮에 딴 것이 중이라하니 해가 중천에뜨고 나면 이른 아침의 기운에 미치지 못한다.차를 노래한 시로 유명한 당나라의 시인 노동(盧仝)의 칠완다가(七宛茶歌)가 있다.차 한잔을 마시니목과 입을 축여주고두 잔을 마시니 외롭지 않고석 잔째엔 가슴이 열리고네 잔은 가벼운땀이 나기분이상쾌해지며다섯 잔은 정신이 맑아지고여섯 잔은 신선과 통하며일곱 잔엔 옆 겨드랑이에서맑은 바람이 나는구나.[출처 : 철도신문 http://www.railnews.co.kr/news/view.php?idx=8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