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go, 리듬타go, 행복타go!!
여유로운 봄을 맞고 싶은 상춘객들의 마음을 읽었음일까. 장항선에 숨어있는 간이역으로 떠나는 추억의 음악열차 ‘통통통 뮤직카페트레인’이 새롭게 출시됐다. 여행객들의 들뜬 마음을 싣고 달릴 뮤직카페트레인. 그 즐거운 여정을 살짝 엿보았다. 기차가 즐거워야 진짜 기차여행기차여행을 떠나면 가장 오래 머무르게 되는 장소를 꼽으라면 기차 안 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아무리 즐겁더라도 여행지까지 걸리는 이동 시간이 지루하다면 성공적인 여행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뮤직카페트레인’에서만큼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목적지까지의 여정이 지루하지 않도록 신나는 프로그램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관광열차에서는 춤을 추면 안 되는 거 아시죠? 하지만 기차에서는 마~음껏 흔드셔도 됩니다. 자~ 뮤직 스타트!”입에 ‘버터’를 한가득 문 것 같이 느끼한(?) DJ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열차의 중앙에 위치한 이벤트 칸이다. 가운데가 비어있어 다양한 이벤트를 펼칠 수 있는 이 객차가 바로 모든 프로그램의 중심. 이곳에서는 ‘뮤직카페트레인’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열차가 출발해 여행지에 도착할 때까지 추억의 노래와 최신 가요 등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또 중간 중간 DJ의 맛깔스런 입담도 곁들여져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음악방송 이외에도 ‘보령 머드팩 시연’, ‘라이브 콘서트’, ‘스트레스 팡팡 디스코 타임’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져 여행지에 도착하면 오히려 아쉬운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젓갈은 묵혀야 제 맛, 토굴 새우젓 맛보세요뮤직카페트레인의 첫 번째 목적지는 광천역이다. 열차가 광천역에 도착하자마자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광천역 옆의 광천재래시장에서의 보물찾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장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재미와 광천의 특산품을 맛보고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토굴 새우젓으로 유명한 광천이기에 맛있는 젓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재래식 김 또한 밥도둑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맛이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지역 주민들의 훈훈한 인심에 어느새 양손이 무거워져 있을 것이다. 참, 시장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보물을 쉽게 찾으려면 도착하자마자 쇼핑을 하면서 가게 주인에게 넌지시 물어보는 것이 제일 빠르다.
뮤직카페트레인은 식상한 여행지, 비슷비슷한 축제로 떠나는 기차여행을 탈피, 신선하고 새로운 여행지를 선보인다. 광천역을 출발한 열차는 한 시간을 달려 청소역에 도착한다. 청소역은 ’09년 추석특집 드라마 ‘아버지 당신의 자리’가 촬영된 현장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간이역이다. 소박함의 아름다움 청소역장항선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간이역인 청소역은 1일 평균 20여명의 승객만이 찾을 정도로 규모가 작으며 일반 열차는 하루 8차례만 정차한다. 기차에서 내리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소박한 역사는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소복이 내려앉은 초록색 눈송이처럼 조용히 가라앉은 분위기의 역사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청소역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만든 시골 밥상을 먹을 수 있다. 봄바람이 살랑대는 날씨 속에 아름다운 청소역에서 하는 야외 식사는 그것만으로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몸에 좋은 시골음식과 흥겨운 음악 연주까지 어우러져 즐거운 식사시간을 만든다.원래 청소역은 오서산의 단풍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만 찾던 간이역으로 가을에만 잠깐 붐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청소역 주변에는 역전 다방, 구멍가게 같은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건물들도 만날 수 있다.과거 드라마 소품으로 사용됐던 것일까 청소역 역사 내부 맞이방에는 과거 역무원들이 사용했던 모자, 신호등 들이 놓여 있다. 누구나 만질 수 있게 되어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살짝 들고 나온 역무원 모자를 쓴 뒤 청소역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여름을 기다리는 바다의 꿈청소역을 떠나 조금만 더 달리면 서해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춘장대 역이 나온다. 춘장대역은 충청남도 서천군에 위치하는 서천화력선의 역으로 1983년 무연탄 수송을 목적으로 개통한 역이다. 역 바로 위쪽에 춘장대해수욕장이 있어서 여름휴가철에 영등포에서 출발하는 임시 관광열차가 이 역까지 운영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여객 열차가 운행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춘장대역은 역 이름만 있을 뿐 역무원도, 역사도 찾아볼 수 없다.춘장대 역에서 내리면 침목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의 풍파 속에 갈라져 우둘투둘해진 춘장대 역의 침목들은 힘차던 과거를 회상하는 노인의 손처럼 거칠고 정겹다. 최종 목적지라고 할 수 있는 춘장대 해수욕장이 지척이라지만 역에서는 바다를 볼 수 없다. 하지만 바람개비가 안내하는 오솔길을 따라 10분가량 걷다보면 드넓게 펼쳐진 서해바다를 만날 수 있다.춘장대 해수욕장은 백사장의 길이만 2km에 이를 정도로 길어 사람이 별로 없는 요즘에는 끝없이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지난여름 찾아왔던 수많은 방문객들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이맘때의 바다는 조용하다. 잔잔한 파도의 리듬에 맞춰 근처 갈매기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간다.춘장대 해수욕장의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뮤직카페트레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가수 이범학의 콘서트 무대가 펼쳐지며,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길에 걸려있는 서천 관련 퀴즈를 풀어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통통통 뮤직카페트레인오전 10시 서울역을 출발해 광천역, 청소역, 춘장대역을 둘러보고 오후 9시에 다시 서울역에 도착하는 당일일정으로 운행한다. 관광 전용 열차인 ‘레이디버드’로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열차를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열차의 맨 뒤 칸에 멀어져가는 선로를 구경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니 꼭 찾아보자. 가격은 어른기준 5만7000원. 교복 빌려드려요~뮤직카페트레인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학창시절 입었던 교복을 입어볼 수 있는 교복대여 프로그램이다. 과거 학창시절 입었던 교련복과 교복 등을 무료로 대여해 입어볼 수 있으며, 그에 맞는 소품도 함께 빌릴 수 있다. 단, 신청은 선착순이니 빠르게 신청을 해야 하는 것 잊지 말자. 보령 머드팩으로 피부미인되자!이벤트 객차에서는 보령 머드팩을 시연하고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보령 머드팩 전문 강사가 직접 시범을 보이며, 머드와 관련된 질문들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준다. 청소역청소역은 1929년 12월 1일 진죽역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개시, 1958년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1988년 12월 1일 청소역으로 역명이 변경돼 운영되다 1995년 2월 화물취급이 중단됐다.현재 볼 수 있는 청소역사는 1961년에 건조된 벽돌 건물로 녹색지붕과 갈색 외벽의 조화가 일품이다. 근대 간이 역사의 건축양식이 잘 드러나 있고 원형이 잘 보존 돼 건축·철도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돼 2006년 12월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문화제 제305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서산높이는 790m로,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다. 예로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아 까마귀 보금자리라고 불렀고, 정상에 서면 서해안 풍경이 시원하게 보여 서해의 등대라고도 불렀다. 장항선 광천역과 청소역에서 가까워 철도산행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박지훈 기자 pjh@railn.com 이 게시물을...